2010년 8월 23일 월요일

스피커와 라이트로 구성된 아이팟 샤워기




















스피커와 라이트로 구성된 아이팟 샤워기



보시니(Bossini)가 개발한 MP3 샤워 헤드 덕분에 이제 샤워를 하면서도 MP3를 마음대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신제품은 일명 스피커가 달린 아이팟 샤워기로 불릴만하다. 보시니가 출시한 새로운 최첨단 샤워시설 '아쿠아볼로 뮤직-크로모테라피(Aquavolo Music-Chromotherapy)'를 이용해 사용자는 샤워는 물론 리듬감을 타면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음악기능과 모든 종류의 색채 스펙트럼을 이용한 치료요법(크로모테라피)을 샤워기에서 낙하하듯이 떨어지는 물방울(Jet WideRain)과 결합하여 사용자는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테인리스 철강으로 만든 샤워 헤드에는 두 개의 스피커가 내장된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되어 아이팟이나 MP3 플레이어와 연결할 수 있다.



현대적이고 소형화된 상태로 만들어진 보시니 샤워 헤드를 통해 사용자는 욕실 안팎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2010년 8월 15일 일요일

이상 탄생 100주년, “이상이 수학천재라고?”

이상 탄생 100주년, “이상이 수학천재라고?” [제 1177 호/2010-08-16]


“종이로만든배암이종이로만든배암이라고하면▽은배암이다 / ▽은춤을추었다 / ▽의웃음을웃는것은파격이어서우스웠다 / …중략… / 굴곡한직선 / 그것은백금과반사계수가상호동등하다 / …중략… / 1 / 2 / 3 / 3은공배수의정벌로향하였다 / 전보는오지아니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인 이상(1910~1937)의 ‘▽의유희’라는 시의 일부다. 여기서 역삼각형은 촛불을 의미한다. 촛불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춤을 춘다고 했고, 촛불의 심지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굴곡한 직석이라고 했으며, 촛불이 환하게 밝아지는 모습을 숫자 1, 2, 3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이상의 시를 보면 수학적인 표현이 많이 나온다. 그는 ‘삼차각설계도-선에관한각서1, ∇의 유희, 건축무한육면각체, 조감도-신경질적으로비만한삼각형’처럼 작품 제목에서부터 삼각형, 육면체, 각, 선처럼 우리가 잘 아는 용어를 활용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그려냈다. 수학으로 세상을 노래한 것이다.

2010년 8월 20일은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박제가 된 천재’라 불리는 그의 작품에는 문학적 표현에 숨겨진 의미뿐 아니라 수학적 표현도 많다. 그래서 수학자들 사이에는 그가 수학자가 됐다면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을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는 “탁월한 수에 대한 감각과 비상한 계산력을 볼 때 이상이 수학자였다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총독부에서 건축기사로 근무했던 그는 독특한 계산법으로 업무를 처리해 동료를 놀라게 할 정도로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보인 바 있다.

그런데 이상은 왜 수학적인 표현을 이용해서 시를 썼을까? 그가 표현한 수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그의 전공부터 살펴보자. 그는 1926년 보성고등보통학교를, 1929년에 경성고등공업학교(현재 서울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 경성고등고업학교 재학 시 그는 일본 도쿄대에서 쓰는 것과 같은 교재, 즉 서양의 최신 과학기술과 수학이 수록된 교재로 공부했다. 덕분에 과학과 수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또 수학자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수준의 수학적 직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의 수학과 과학으로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정신과 같이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것에 수학이 모르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삼차각설계도’라는 연작시 중 ‘선에관한각서 2’를 보면 이상이 당시에 꿈꾼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에는 1과 3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과 3을 단순한 숫자가 아닌 차원으로 해석한다. 즉 ‘1+3’에서 1은 선을, 3은 3차원의 공간을 뜻하며, 1+3은 차원의 결합으로 4차원의 세계, 즉 인간이 모르는 새로운 세계를 말한다고 본다. 이상이 이 시에서 4차원을 암시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서 신범순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이 시는 뒤쪽 괄호 안에 주석을 달아 시를 설명하는데, 여기서 ‘인문의 뇌수’, 즉 인문적인 정신과 마음을 강조했다는 것. 또 이상이 숫자를 수학과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 1로는 ‘나’를, 3으로는 ‘그들’을 가리켰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과학적으로만 해석할 경우 이상의 시를 잘못 알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신 교수는 “당시에 과학적으로 4차원이 제시됐다”며 “이상처럼 뛰어난 천재가 단순히 흉내 내기를 했을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시 A+B+C=A, A+B+C=B, A+B+C=C에서 이상의 수학적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이 수식이 성립하려면 A, B, C가 평면에서는 같은 점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공간에서는 다른 위치에 있어도 세 점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해 직선으로 연결되면 세 점이 동일한 한 점으로 보이는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역시 이상의 남다른 수학적 표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상은 이처럼 예술적인 재능은 물론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다. 한 전문가는 “이상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 다방면의 천재”라고 말한다. 전인적이고 다재다능하며, 수학과 과학을 정보로 활용한 천재라는 이야기다.

참고로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이다. 이상이라는 이름은 연예인들이 실제 이름 대신 사용하는 가명과 비슷한 셈이다. 필명 이상에 대해서는 학창시절 별명이라는 설과 공사장 인부들이 그의 이름을 몰라 ‘리상(이 씨)’라고 불러 그대로 썼다는 설이 있다.

그는 1936년 폐결핵을 치료할 목적으로 도쿄로 갔다가 불온사상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다 병보석으로 풀려 도쿄대 부속병원에 입원했지만 안타깝게도 1937년에 생을 마감했다.

글 :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2010년 6월 27일 일요일

과학향기:순금을 24K라 부르는 이유 [제 1132 호/2010-06-28]

순금을 24K라 부르는 이유 [제 1132 호/2010-06-28]



19세기 말엽 미국 필라델피아 주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제련소 맞은편에 매우 오래된 교회가 있었는데, 이 교회를 수리하려고 할 때 주민 하나가 교회 지붕을 사겠다고 나섰다. 너무 오래되고 전혀 쓸모도 없는 지붕에 3,000 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사람. 교회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돈에 욕심이 생겼는지 이 제의를 수락했다.

지붕을 산 사람은 그 겉을 긁어내 불에 태워 재로 만들었다. 그러자 잿가루 속에서 약 8kg의 금이 나왔다. 이 양은 물론 그가 지불한 돈보다 훨씬 더 값어치가 있었다. 그는 수년 동안 제련소의 용광로에서 날아간 금가루가 교회의 지붕에 쌓였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이처럼 금은 다른 금속과 달리 화폐로서 가치를 가진다. 지금도 금 24K 한 돈(3.75g)은 20만원 안팎의 높은 가치가 있다. 특히 금은 물가상승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금괴나 금붙이를 갖고 있는 경우 경제위기나 전쟁 때문에 화폐의 기능이 상실됐을 때도 교환 수단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1997년 우리나라에 IMF 위기가 닥쳤을 때 225톤의 금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금의 순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우리에게 익숙한 퍼센트(%)가 아니라 캐럿(carat)이다. 그래서 순금을 표시할 때는 24K로 나타내고, 불순물이 섞인 금은 18K와 14K로 표시한다. 금의 단위로 익숙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왜 숫자 24를 사용했는지는 궁금하다. 숫자 100으로 표시하면 계산하기 좋을 텐데, 왜 24를 사용했던 것일까?

캐럿은 중동지역에서 나는 식물의 한 종류인 ‘캐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캐럽은 콩과 식물인 세로토니아속에 속하는 나무열매인데, 그 꼬투리 하나의 무게가 1.25g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말린 캐럽을 한 손에 쥔 정도를 기준으로 금이나 소금 등의 물건을 교환했다. 캐럽이 무게를 재는 기준이 됐던 것.

캐럽은 보통 어른의 손으로 쥐면 24개가 잡히는데, 순도가 가장 높은 99.99%의 순금을 24K라고 표시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18K는 18/24의 순도이므로 75%가 금이고, 나머지 25%는 은이나 구리 등 다른 금속이 들어 있다는 의미가 된다. 14K는 58.5%의 금이 들어있다는 것으로 보석장식품, 시계, 만년필 펜촉 재료 및 치과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24K로 표시되는 순수한 금은 영원불변의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는 물론 우리나라의 신라금관, 남미의 고대왕국의 묘에서 발굴되는 금으로 만들어진 유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원형 그대로 발굴된다. 보통의 금속들은 자연 상태에서 전자를 빼앗겨 쉽게 녹슬지만, 금의 경우 원자의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전자들이 모두 채워져 있다. 따라서 전자를 잃기 어려운 구조를 갖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이런 안정된 원자가 전자를 잃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물질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금이 영구불변하다는 것은 부식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자번호 79번인 금은 양이온을 띠지만 음이온으로 전이될 수도 있는데 황산이나 질산 등 단순한 산에는 녹지 않고 왕수와 같은 특수 화합물에만 녹는다. 이 때문에 우주선이나 제트엔진처럼 부식되면 많은 돈이 들어가거나 습도 오염 등이 심한 곳에 사용하는 장비에 쓰인다.

금은 모든 금속 가운데 연성(ductility)이나 전성(malleability)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성은 물체가 가늘고 긴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고, 전성은 압축력에 의해 물체가 넓고 얇은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다. 금 1g을 우리가 흔히 보는 철사처럼 가늘고 길게 만들면 3,000m 이상도 충분히 늘릴 수 있고, 금을 두드려 펴서 넓고 얇은 호일 형태를 만들면 1평방미터 이상으로 펼 수 있다.

금을 계속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면 반투명한 상태가 된다. 여기에 빛을 투과하면 약간 녹색이 도는 청색이 나온다. 금이 본래의 색인 노랑과 빨강 빛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반투명 상태의 금판은 가볍고 적외선을 반사하므로 열방지복에 방패처럼 사용된다. 우주복의 선바이저(차광판)로도 활용된다.

금속의 왕이라 불리는 금은 화려한 겉모습에 맞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금의 운명을 알고 보면 그리 부럽지만은 않다. 금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박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금의 가치를 알아챈 인간들이 금을 소유하려 했기 때문에 금이 땅속에서 나오자마자 어두컴컴한 금고나 지하창고에 갇히게 됐다. 결국 화려한 빛을 내보지도 못하고 깜깜한 창고에 갇혀 빛을 못 받는다.

금에 대한 소유욕은 인류 역사를 바꿨다. 15세기~17세기 초 유럽인은 금을 갖고픈 욕망에 들썩거렸다. 하지만 동쪽 육로는 이슬람 국가가 막고 있어서 뱃길을 개척해 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갔다. 결국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는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했고 유럽인은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정복했다. 동서양의 패권구도가 ‘금’으로 인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의 원소기호 Au는 헤브라이어로 빛을 뜻하는 말(aus)에서 왔다. 영어의 골드(gold)도 산스크리트어로 빛을 뜻하는 말(jvolita)에서 땄다. 금의 황색은 고귀함을 뜻한다. 그러나 그 빛이 잘못 쓰여 인류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반대로 고귀한 금속인 금을 모사하려는 노력이 중세 서양에서 연금술(鍊金術)로 이어져 과학발전을 이끌기도 했다. 금이 인류에게 찬란한 빛이 될지, 부끄러운 역사를 비추는 빛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마이다스 왕이 욕심을 부려 사랑하는 딸까지 금으로 만든 뒤 뒤늦게 후회했던 것처럼, 인간이 금을 독점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금이 화려하게 빛나지 않을까.

글 :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재료(금속/소재) ; 지구과학
금; 캐럿; 캐럽; 순도; 연성; 전성; 금속; 헤브라이어; 산스크리트어; 이슬람국가; 연금술;

2010년 4월 25일 일요일

화산폭발이 항공기와 무슨 상관일까? [제 1077 호/2010-04-26]

화산폭발이 항공기와 무슨 상관일까? [제 1077 호/2010-04-26]


2010년 4월 14일(현지 시간) 아이슬란드의 한 화산이 짧은 휴식을 마치고 활동을 재개했다. 이 화산은 첫 용트림을 하고 얼마 안 있어 두 번째 입김을 내뿜었다. 이때 막대한 양의 화산재가 폭발적으로 분출되면서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비행기가 다니는 하늘까지 말이다.

그로 인해 유럽의 하늘길이 꽉 막혀버렸다. 유럽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 유럽발, 유럽행 항공기 승객들은 모두 발이 묶여버려 공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처음엔 하루 이틀이면 끝나려나 싶었지만, 나흘이 되고 닷새가 지나도 이런 현상은 계속됐다. 전 세계가 아이슬란드발 화산재의 가공할 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10년 4월 2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이번 항공 대란의 피해액이 적어도 17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조 88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 세계 항공편의 29%가 결항됐고, 하루 120만 명의 승객들이 항공 대란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항 폐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번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은 왜 유례없는 항공 대란을 불러온 걸까. 미국 스미소니언국립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전 세계 20여개의 화산은 뜨거운 입김을 내뿜고 있다. 1년으로 따지면 약 50∼70개의 화산이 활동한다. 전 지구적으로 볼 때 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이 어쩌다 한번 활동하는 화산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번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에는 뭐가 특별했던 걸까.

이번 사태를 일으킨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ökull)’의 이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아이슬란드어로 이 말은 ‘섬’이란 뜻의 ‘에이야’, ‘떨어지다’ 혹은 ‘산’을 의미하는 ‘프얄라’, 그리고 빙하를 뜻하는 ‘요쿨’, 이렇게 3개의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이 세 단어 중 요쿨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이름에서 말해주듯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은 빙하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최근 활동에 비해 이번 폭발의 위력이 컸다고 해도 요쿨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심각한 사태를 불러오진 못했다. 왜 그럴까. 물은 화산의 폭발력에 영향을 준다. 마그마가 물을 만나면 마치 불꽃처럼 폭발적이 된다. 마그마의 열 때문에 물의 온도가 급속하게 올라가고, 이때 물이 순식간에 수증기로 변해 그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이다.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의 뜨거운 마그마도 차가운 빙하를 만나면서 광폭해져버렸다. 그로 인해 강해진 폭발력이 막대한 양의 화산재를 비행기가 다니는 6~11km 상공까지 치솟게 했던 것이다.

현재 항공기 운항의 국제기준에 따르면 화산재가 조금이라도 떠 있는 하늘에는 비행기가 지나갈 수 없다. 아이슬란드발 화산재가 유럽의 상공을 뒤덮으면서 유럽의 항공기가 꼼짝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비행기는 화산재에 예민하게 구는 걸까.

1982년 영국항공기 사고가 그 이유를 말해준다. 그해 6월 24일, 영국항공의 보잉 747 비행기가 인도네시아 상공을 지나가다 위기 상황을 만났다. 갑자기 엔진 4개가 모두 정지했던 것. 당시 11km 상공에 있던 비행기는 자유 활강을 시작했다. 조종사는 어떻게든 엔진을 되살리려 했지만 허사였다. 산악지대라 더 이상 내려가면 추락하고 마는 3.6km 상공에 이를 때까지 엔진은 돌아오지 않았다. 16분 동안이나 승객들이 죽음의 도가니에 휩싸인 뒤에야 엔진 4개 중 3개가 살아났다.

하지만 위기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비행기가 자카르타 공항에 비상착륙을 하려는데, 웬일인지 계기판이 먹통이었다. 유리창에는 뭐가 끼었는지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 활주로의 등불을 간신히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이런 악조건에도 다행히 비행기는 자카르타 공항에 무사히 비상착륙했다.

나중에 이 사건의 주범은 화산재로 밝혀졌다. 당시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위치한 갈룽궁(Galunggung) 화산이 대규모 폭발을 하면서 화산재가 비행기 항로로 뿜어졌다. 영국항공기는 이 사실을 모르고 화산재 속으로 들어가 변을 당했던 것이다. 화산재는 건조한 상태여서 수분을 측정하는 기상 레이더에는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곤 해도 비행기 조종사는 이 시커먼 화산재를 보지 못했던 걸까. 그랬다. 밤중이라 화산재가 보이지 않았다.

화산재로 인한 비행기의 피해는 이 사건을 포함해 이제까지 60여 차례 보고됐다. 이중 1982년 사고가 비행기에 화산재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화산재가 조금이라도 있는 하늘은 폐쇄한다는 규정을 세웠다.

그렇다면 왜 화산재는 비행기에 치명적인 걸까. 간단히 말하면 화산재가 너무 고운 입자이기 때문이다. 화산재는 지름이 2mm 이하로 모래와 비슷하거나 점토처럼 곱다. 어떤 경우는 지름이 고작 6μm 밖에 안 된다. 이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10배 이상 가는 수준이다. 화산재가 이렇게 곱다보면 공기가 들어가는 곳 어디든 스며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비행기에서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문제가 된다.

바로 엔진이 그렇다. 막대한 공기를 빨아들이는 엔진이 화산재 때문에 멈춰버릴 수 있다. 화산재 속에 포함된 유리질 성분의 규소가 뜨거운 엔진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규소는 1100℃에서 녹는데, 비행기의 엔진은 이보다 높은 1400℃에서 가동되므로 규소가 충분히 녹을 수 있다. 엔진의 여러 부분들로 녹아버린 규소가 들어가면 엔진을 마비시키게 된다.

계기판도 문제다. 비행기 계기판 역시 외부 공기가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속도를 비롯한 각종 계기판이 작동을 하지 않는다. 또 시커먼 화산재가 비행기 창문과 전조등에 달라붙으면 시야가 가려져 위험하다. 이렇게 달라붙은 화산재는 꼬리 부분에 무게를 늘려 착륙 또는 이륙 시에도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화산재는 입자가 전기를 띠고 있어서 전파까지도 방해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통신까지도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처럼 화산재는 비행기의 운항에 이래저래 치명적이다. 그러니 비행기는 화산재와의 만남을 피할 수밖에 없다. 아이슬란드발 화산재로 종전에 없던 항공 대란이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이 그저 한번 내뿜은 입김에 인간이 하늘을 나는 자유는 쉽게 무너지고 만 것이다. 또 한 번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나약함이 드러난 일이었다.

하늘을 가렸던 화산재가 옅어짐에 따라 유럽 주요 공항들에서 여객기 운항이 재개됐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화산은 아직까지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이번에 폭발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인근의 카틀라 화산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번 항공 대란이 일주일 정도로만 끝날지 걱정되는 이유다.

글 : 박미용 과학칼럼니스트